문득
사진을 시작하면서
마눌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 당신이 사진을 하면서 나까지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네... "
이 너른 세상에 고작 몇 십년을 살고
행동 반경이라야 집과 학교나 왔다리 갔다리 했으니,
그야말로 우물안의 개구리인 내가 알 수 있는 세상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사진에 관한 사실만으로도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춘천 소양강 상고대가 그리 좋은 줄 어찌 알았겠으며,
빅토리아 연꽃이 이틀 밤에 걸쳐 화려한 대관식을 만든다는 걸 어찌 알았겠는가?
두둘머리와 용문산 운해를 담으려면 깜깜한 밤에 소화묘원이라는 공동묘지를 올라야 한다는 사실도 어찌 알았겠는가?
오늘 날을 재고 재서...
영하 20도의 혹한이면 확률이 높다 생각하고 춘천으로 향했다.
올들어 단 한차례도 얼굴을 내밀지 않은 상고대지만, 기후 조건이 오늘은...
결국 100% 만족은 아니라도 소양 3교에서 좀 부족하지만 올 들어 첫번째 얼굴을 비친 상고대를 만날 수 있었다.
(요 새는 박새라고 한다. 배가 흰 색이다)
그런 기쁨도 잠시,
몇몇이 인천대공원으로 곤줄박이 새 촬영을 간다고들 한다.
나 역시 곤줄박이 사진을 많이 보아왔던터라 궁금하기도 해서 따라 붙었다.
근데 그게 그냥 되는게 아니었다.
화초도 준비해야 하고 새를 유인할 먹이인 잣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는 적당한 위치에다 연출을 하고 촬영 준비를 완벽히 마친 후 잣으로 새를 부른다.
그리곤 그 먹이를 쫓아 온 곤줄박이를 순간에 포착해 사진에 담는 것이다.
셧터 속도를 1/4000 정도의 초고속으로, 그 나마도 다발총 쏘듯 초고속 연사촬영을 한다.
그러다보니 잠깐 동안 무려 1000 여장의 사진이 찍힌다. 에휴! 요 놈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오늘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았다.
곤줄박이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새지만,
요기에 있는 곤줄박이는 잣에 길들여져서 이렇듯 촬영이 가능하단다.
이런 곳이 전국에 딱 세 군데라 하니, 내게는 오히려 상고대보다도 요거이 더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2013. 1. 12. 인천대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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