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촬영 후기
사진을 시작하면서
이 나이에 새로운 경험을 한다.
그 중 하나가 연꽃 야간 촬영이다.
그것도 벌써 8월 한달 세번째의 야간 촬영이다.
빅토리아 연꽃의 특성 중 하나가 연꽃의 색상이다.
빅토리아 연꽃은 이틀에 걸쳐 두번 개화하며,그 색상이 다르다.
첫날 밤은 하얀 색의 꽃이 피고, 둘째 날 밤은 붉은 색 꽃이 핀다.
바로 어제 찍은 빅토리아연꽃이다.
하얀 색상이 너무 고와 둘째 날의 붉은 꽃이 기대가 된다.
그래도 내 처지와 체력, 야간 촬영의 능력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자제하는게 답이다.
근데, 마눌이 어제 찍은 위의 흰색 연꽃을 보더니 오늘은 동행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선다.
저녁은 가는 길에 유명한 의왕 봉덕 칼국수로 떼우고
혼쾌히 따라나선 마눌 덕에 가벼운 마음으로 관곡지에 도착했다.
6시 30분, 예상대로 빅토리아 연 앞엔 사진찍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벌써 쓸만한 자리는
두세겹으로 애워싸고 있다.
첫줄은 이미 들어 갈 자리도 없고,
둘째 줄도 그야말로 목이 별로인 자리만 남아있다.
특유의 산적풍 외모와 빈대정신으로 만만한 곳을 쑤시고 들어갔다.
말은 '같이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 젊잖게 물으며 삼각대를 들으대니...
말없이 고개를 끄떡이긴 하지만 아마도 외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리를 내 주었을게다.
근디, 나 중에 보니 작은 빈틈으로 또 비집고 들어 오는 사람들이 있다. 마눌 말따나 정말 살일 났다.
꽃 잎이 한 올 한올 벗겨지며 아래로 늘어진다.
요 순간 누군가의 말처럼 마치 껍질 안깐 통마늘 같다.
통마늘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기대를 갖는다.
오늘은 왕관을 만날 거 같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10시가 가까워 오는데 별 변화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마눌이 그만 가자고 보채기 시작한다.
그래서 진득하니 사진 찍을라면 혼자 와야 되는데, 이제와서 후회하면 뭐하겠는가?
근데, 오늘도 제재로 된 왕관은 어려울 것 같다.
연꽃 한쪽이 연잎에 올려져 있어 왕관을 만든다 한들 반쪽자리일게다.
옆에 대형 카메라에 대형 렌즈로 중무장한 누군가가 '올해 본 것 중엔 그나마 이게 최고'란다.
'그려...
밤이면 밤마다 요리로 출근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오늘은 운이 무지 좋은겨!
그래 그래, 초보 주제에 마눌도 자꾸 가자고 보채는데 요 정도로 만족해야지...'
2011. 8. 19. 시흥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에서.